고목나무도 눈이 부셔 깨어날 만큼 찬란한 봄의 햇살은 비록 자동차 배기 가스의 열기가 만든 아지랑이일지언정 회색 빛 도시에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몽롱하게 아른거리는 도시의 봄 풍경을 바라보며 들썩이는 마음을 다 잡는 다는 것은 거의 도 닦기 수준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상책, 떠나고 싶을 땐 떠나는 것이 상책. 따사로운 햇살 따라 봄 구경을 떠나 보자.
  1. 가장 한국적인 옛 모습을 간직한 절 집, 선암사(仙巖寺)
  2. 고목의 나무 아래 제 몸둥아리 송두리째 떨어진 붉은 동백꽃의 선혈,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던 산수유,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하던 하얀 목련. 족히 400년이 넘는 70여 그루의 늙은 매화나무 가지에서 화사하게 꽃 피웠던 청매화 홍매화. 선암사의 봄은 4월말 겹벚꽃이 피고 지며 꽃비를 내릴 때까지 수 많은 꽃들이 쉼 없이 피고 지어 화려한 봄의 향연을 벌인다. 신선이 오르고 신선이 내린 바위로 이름을 얻은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조계산(884m) 동쪽 자락에 있는 선암사는 봄을 듬뿍 담고 있다.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에는 차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선암사 주변은 온통 자생차 밭으로 선암사의 선다맥(禪茶脈)은 40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자생차는 크지도 않아, 다 자란 나무도 키가 어른 허리만큼 밖에 안 된다. 땅으로만 파고들어 몸보다 뿌리가 3배나 길다. 일창이기(一槍二旗), 찻잎 석장이 한 자루의 창에 두 개의 깃발이 달린 형상을 하고 있는 모양일 때 제일로 치는 한국 자생차는 5월 중순이 되어야 완숙기에 이른다. 차는 잎이 상처가 나지 않게 줄기째 따서 여덟 번에서 열 두 번을 무쇠 솥에서 덖고 멍석 위에서 조심스럽게 비벼야 향과 맛을 품게 된다고 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도 경륜이어서, 아궁이에 열이 지나치면 탄내가 나고, 열이 덜하면 차의 향(香), 색(色), 맛(味)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다. 솥 안에서 찻잎은 댓잎에 첫눈 내리는 소리를 내야하고, 한 겨울에 봄날 같은 햇볕이 숲에 비칠 때 피어 오르는 옅은 안개 같은 김이 올라야 비로서 볶기가 완성된다고 한다.
    차 밭을 지나니 하늘을 가린 삼나무 숲이고, 숲 길을 걸어 가 목장승을 지나니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 승선교(昇仙橋)가 계곡 위로 놓여있다. 조선 숙종 때 6년에 걸쳐 축조했다는 승선교는 정교한 짜임새로 폭우에도 끄떡없다. 이맛돌의 특이한 용머리가 눈에 띈다. 승선교의 돌 무지개 안으로 보는 강선루(降仙樓)의 모습은 절묘한 누각이 운치를 더 해주는 선암사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낯 설지가 않다.
    선암사는 신라 법흥왕 때 아도화상이 비로암으로 창건했다가 신라 말 도선국사가 선암사로 재 창건 한 절로 비스듬한 산세에 계단을 이룬 당우는 일렬로 배치되어 범종각, 만세루, 대웅전, 불조전이 자리잡고 양편으로 원통전, 팔상전, 조사전, 장경각, 천불전, 설선당, 심검당, 창파당, 성보 박물관 등의 규모 있는 건축물 20여 동이 처마를 맞대고 모여 있다. 선암사는 한국 전쟁 전만 해도 불각 9동, 당료 25동, 누문 31동 등 65동이나 되는 대찰의 면모였으나 많은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지금에 이른다. 이후 넉넉하지 않은 자금 사정으로 획기적인 보수 공사를 못하여 가장 한국적인 옛 모습을 간직하게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로 인해 임꺽정, 모래시계, 동의보감, 여명의 눈동자, 아제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취화선, 동승 등 불교 색 짙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무량수각 앞에 누운 소나무며 선암사의 해우소는 또 다른 명물로 ‘뒤ㅅ간(간의 ㄱ 을 ㅅ ㄱ을 붙여서 써주세요)’ 이라 는 표기도 정감이 가지만 우리나라 절 집중 가장 깊은 해우소로 밑을 쳐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선암사는 꼭 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여름에 녹음, 가을에 단풍도 절경을 이룬다. 이른 봄 경칩을 전후하여 물오른 고로쇠의 수액 채취 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절 뒤편 선방인 달마전의 차 끊이는 부엌도 특이하다. 무우전과 각황전 옆길로 접어들면 꽃 터널을 따라 운수암으로 가는 호젓하면서 굽이진 오솔길도 걸어 볼 만하다. 강원과 선방에 한 줄로 아득하게 줄지어 있는 학인 스님들의 신발을 보노라면 무상(無常)의 진리를 느낀다, 그리고 마음은 고요해 진다.

    선암사 가는 길 (작게)
    •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으로 나와 857번 지방도로를 타고 6km를 달리면 된다.
    • 순천에서-17번 국도-학구에서 좌회전-22번 국도-지방도 857번-선암사
  1. ▲ 선암사 가는 길
  1. ▲ 선암사 승선교
  1. ▲ 선암사 경내
  1. ▲ 봄꽃이 만개한 선암사
  1. ▲ 석화촌
  1. ▲ 석화촌 조형물
  1. ▲ 석화촌 조혀물
  1. 돌과 꽃의 조화, 석화촌(石花村)
  2. 하늘도 땅도 온통 붉게 물들었다. 영산홍과 자산홍이 산자락 한 폭에 일제히 피기 시작하면서 꽃의 제전인 봄의 축제들이 하나 둘 시작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 사릉1리에 가면 석화촌이 있다. 1만 2천여 평에 이르는 꽃동산에는 영산홍, 일영산과 백영산, 그리고 자산홍이 주축이 되어 철쭉 중에 꽃잎이 가장 크다는 대왕과 흑매화, 주목, 공작단풍, 겹철쭉, 저먼아이리스, 수선화 등 온갖 종류의 꽃들과 소나무, 대나무, 앵두나무, 양 살구, 은행나무, 등이 석탑, 불상, 나한상, 달마상, 돌하루방, 돌거북, 해태상 같은 각종 모양의 돌 조각품 400여 점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석화촌(石花村)은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꽃을 피워 항상 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돌과 꽃이 어우러진 곳이라 하여 석화촌으로 불린다. 꽃을 좋아하는 부친(김돈식씨)을 위하여 원래 서울 광진구 중곡동과 경기도 하남시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꽃동산을 만들었던 김춘기씨는 1988년 이 곳 석화촌으로 옮겨와 꽃나무를 심고 가꾸어 지금의 석화촌을 만들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낙원 같은 정원에는 해마다 4월부터 5월초에 6만여 그루의 영산홍을 비롯한 꽃들이 일제히 피기 시작하면서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산등성에는 250년 된 영산홍도 볼 수 있다, 영산홍의 화려한 잔치 뒤에는 꽃 잔디, 원추리, 나리꽃, 옥잠화 등이 7월 초순까지 피고 지고를 계속한다. 석화촌에는 삼단폭포와 연못을 볼 수 있는데,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단아하게 조성된 돌다리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흐르는데 용두수성 이란 이름의 용 조각상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돛단배가 떠 있는 연못가에는 잔잔한 꽃들이 올망졸망 아름답게 피어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식당 석화촌 뒤쪽의 산등성으로 나있는 삼림욕장으로 따라가면 제1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는 달마상의 푸짐한 몸매와 미소 속에 꽃 천국을 볼 수 있으며 제2전망대에서는 줄지어 앉아있는 석상들과 함께 꽃 천지 속에서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5월의 축제 때에는 밤에 보는 꽃구경 또한 이채롭다. 곳곳에 설치된 야간조명 시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어 늦은 밤까지 꽃을 즐길 수가 있다.
    석화촌은 일년 중 영산홍이 만개할 때가 가장 좋다. 진달래과에 속하는 영산홍은 철쭉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피는 시기도 4~5월로 비슷하고, 열매도 비슷한 시기인 9~10월에 익는다. 철쭉은 원래 산지에서 많이 자라 높이가 2~5m정도로 큰 편이지만 영산홍은 높이가 15~90cm정도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하지만 꽃이 장미빛 이고 꽃이 크며 만개 시에는 매우 아름다워 조경 소재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지표에서 많은 줄기가 나와 둥근 형을 이루며 5월에 자색꽃을 1개월 이상 피우는 자산홍과 함께 공해에 강하고 생육이 왕성하여 도심 속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꽃 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석화촌이 있는 사능리는 조선 제6대 단종의 비 정순왕후 송씨의 능인 사능(思陵)이 있는 곳이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자 정순왕후도 부인으로 강등된 채, 궁궐에서 추방이 되어 동대문에서 초막을 짓고 평생을 살았다. 단종의 죽음을 알고부터 소복을 입고 아침마다 영월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며 곡을 하다 한(恨) 많은 인생 눈을 감으니 춘추 82세가 되던 해다. 사후에 중종은 대군부인의 예로 장례를 치렀고, 숙종에 이르러 단종이 복위되자 단종의 신위와 함께 종묘에 봉안되고 능호를 사능이라 하였다. 울창한 송림 숲에 적막감이 감도는 사릉은 비공개로 되어 있다.

    석화촌 가는 길 (작게)
    • 강변북로-워커힐 앞-교문 사거리-47번 국도-퇴계원(우회전하여 390번 지방 도로를 따라 금곡 방향으로 가다 보면)-삼거리에서 진건읍 방향(좌회전) 석화촌 이정표-800m쯤 가면 사릉리에 석화촌 안내판이 있음.
    • 동대문구 신내동-퇴계원 사거리-390번 도로 이용(이후 동일)
    • 구리 판교간 고속도로-390번 지방 도로와 연결(이후 동일)
    • 경춘가도 46번 국도-남양주시(미금)-퇴계원 방향 390번 도로-사릉
    • 서울 시내버스: 강변역 9-1번, 천호동 1-3번, 청량리 165-3번, 사릉1리 석화촌 입구 하차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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