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오는 짙은 커피 향처럼 강렬하게 느껴지는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 유산들.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아 더욱 가치 있고 신비스러운 동유럽의 도시들은 이제 한걸음씩 우리에게 다가와 감춰두었던 매력을 발산한다. 전쟁과 화재, 홍수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여전히 중후함이 느껴지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비엔나는 파리보다 아름답다. 천혜의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마을 짤쯔부르크에는 힘찬 도레미송이 흘러나온다. 정들 것만 같은 붉은 지붕과 낭만적인 야경으로 유명한 체코 프라하는 동유럽의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동화 같은 도시다.
  1. 왕가의 기억 속으로
  2. 스쳐가는 사람이 다 베토벤처럼 보이는 음악의 도시 비엔나는 트램에서도 품위가 흐른다. 웅장한 건물과 확 트인 도로 그리고 깨끗한 시가지는 여느 유럽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만약 도시 곳곳에 펼쳐지는 녹음이 없었다면 비엔나는 너무 고상한 도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가 마치 합스부르크 왕가의 정원인 마냥 운치 있게 늘어선 가로수들은 비엔나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디를 보아도 한 폭의 수채화가 나오는 비엔나는 그래서 파리보다 아름답다. 비엔나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보려면 슈테판 성당으로 간다. 약간은 오싹한 카타콤베(지하묘지) 투어도 해 볼만 하다.
    마리아 앙뜨와네뜨가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쉔부른 궁전은 바르세유 궁전보다 규모는 덜할지 몰라도 고급스러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궁전도 궁전이지만 1.7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쉔부른 정원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압도 한다. 기하학적으로 다듬어진 나무와 잔디 정원을 거닐다 보면 내가 관광객인지 앙뜨와네뜨인지 그저 이 순간 만큼은 나만의 정원이 된다.
  1. 비엔나에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
  2. 수준 높은 비엔나의 공연이 보고싶다면 유럽 3대 오페라 극장의 하나인 국립 오페라 극장을 추천한다. 공연이 있을 때는 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럴 때는 당일에 나오는 스탠딩 티켓을 노려볼만하다. 비록 서서 관람해야 하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니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다. 두 배로 다가오는 오페라의 감흥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비엔나는 진정한 음악의 도시다.
    화려하지만 절제된 미를 자랑하는 비엔나의 건축물도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고 볼거리다. 소문으로 아름아름 찾아가는 쿤스트 하우스(Kunst haus)도 인기다.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 불리는 환상파 건축가 훈더트 바서의 손끝에서 창조된 쿤스트 하우스에서 직선과 평면은 찾아볼 수 없다. ‘직선은 곧 죽음’이라는 모토 아래 인간미 넘치는 그의 예술 세계를 만나본다.

    * 오페라도 식후경 
    비엔나 시민들이 음악만 듣고 사는 것은 아니다. 비엔나처럼 문화 수준이 높은 지역을 여행할수록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커 배도 더 고프다. 이럴 때는 영혼까지 살찌우는 비엔나의 대표 요리 비너슈니첼(Wienner Schnitzel)을 주문해보자. 송아지 고기를 나무 망치로 때려 납작하게 만든 후 빵가루를 입혀 바삭바삭 튀겨 낸 것으로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 육질과 소스 없이 즐기는 깔끔한 고기 맛이 일품이다.
  1. ▲ 비엔나 슈테판 성당
  1. ▲ 슈테판 성당의 전경
  1. ▲ 훈더트 바서 건물
  1. ▲ 짤쯔부르크 구시가
  1. ▲ 짤즈부르크 시가지 전경
  1. ▲ 프라하 전경
  1. ▲ 프라하 틴 교회
  1. ▲ 프라하 명물 카를교
  1. 소금의 성 짤쯔부르크
  2. 짤쯔부르크는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 곳에서 얻어오는 추억은 결코 마을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짤쯔부르크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이 곳에 소금이 많이 생산된 데서 유래하였는데, 소금을 성에다 저장하였기 때문에 ‘소금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알프스 대자연을 품은 푸른 빛의 도시 짤쯔부르크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유유자적 흐르는 잘차흐강의 여유로움은 잠깐 들렀다 떠나는 관광객들의 마음에도 크나큰 휴식을 준다.
    구시가지는 예쁜 간판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현란한 네온사인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예술품같이 보이기도 하는 이 곳의 간판은 사진으로 담는 족족 엽서가 된다. 어느 간판도 튀는 것은 없지만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가게를 찾는데 불편함이 없다.
  1. 도레미송을 흥얼거리며
  2.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펼쳐지던 알프스의 대자연을 기억한다면 짤쯔부르크가 남다를 것이다. 특히 도레미송을 부르던 장면의 무대! 바로 미라벨 정원이다.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세운 궁전이라 그런지 사랑이 넘쳐 난다. 바로크 스타일의 미라벨 정원은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과 알록달록한 꽃으로 꾸며져 있어 도레미 송이 절로 나온다. 이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환상적인 전경의 성이 있으니 호엔짤쯔부르크 성이다. 이 성은 중부 유럽 최대의 성으로 도시의 주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짤쯔부르크가 이리도 유명한 데는 모차르트의 영향도 적지 않다. 모차르트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는 도시에는 으레 그의 이름을 붙인 ‘모차르트 초콜렛’을 파는데, 그가 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집에서라면 초콜렛의 의미도 남다를 것이다. 신에게 재능을 부여 받은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직도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모차르트의 생가는 짤쯔부르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코스다.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다는 짤쯔부르크 대성당에도 들러 본다.
    여행이라는 것이 유명한 관광 명소도 좋지만 의외로 사소한 것에 감동 받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헬부른 궁전에서 경험하는 물의 유희가 바로 그런 추억이 되지 않을까.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는 곳곳에 숨겨진 분수가 갑자기 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관광객들을 놀래 킨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더없이 기분 좋은 궁전이다.
  1. 동유럽의 보석, 프라하
  2. 요즘 색다른 신혼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체코 프라하. 한때는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되어 어딘가 모르게 슬픈듯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이유로 더욱 낭만적인 도시다. 몰다우 강 따라 붉은 지붕 위로 따스한 햇살이 비치면 마치 특수 효과라도 입힌 마냥 동화 같은 중세의 도시를 연출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프라하와 그런 프라하를 사랑하는 우리. 프라하에서의 짧은 여행은 오래오래 긴 여운을 남긴다.
    프라하의 진가는 밤에 나타난다. 그 두 주인공은 바로 카를 다리와 프라하성. 해가 저문 카를 다리의 매력에는 어느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다리 위에는 클래식한 음악이 흐르고 노점상과 관광객의 떠드는 소리조차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인이라면 이토록 로맨틱한 카를 다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단위 면적 당 키스하는 커플이 가장 많다고 자부하는 카를 다리. 솔로는 결심하게 된다. 반드시 연인과 다시 오리라.
    오밀조밀 정들 것만 같은 붉은 지붕의 골목길은 21세기 한 나라의 수도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언덕 꼭대기에는 프라하 야경의 백미인 프라하성이 자리잡고 있다. 야간 점등으로 프라하성에 조명이 켜지면 거대한 성의 자태가 드러나 감탄을 자아낸다. 예술의 도시이자 건축의 도시인 프라하인 만큼 프라하성에서는 고딕, 보헤미안, 르네상스, 바로크 등 시대를 어우르는 건축의 향연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 관저로 쓰이며 매시간마다 근위병 교대식이 행해지는데, 12시에는 행렬이 성 밖까지 나와 꽤 거창한 교대식을 볼 수 있다. 근위병 하면 영국 왕실의 빨간 제복이 먼저 떠오르지만 멋있기로 치면 프라하의 근위병이 한수 위다. 은근히 사회주의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제복도 매력적이거니와 교대식을 마친 야간에 제복 단추를 풀어헤치고 흥청거리며 구시가지를 쏘다니는 근위병들을 마주칠 때는 어쩐지 모르게 프라하의 자유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1. 체코 인형극 그 동심의 세계로
  2. 프라하 관광을 하다 보면 길거리에서 음악회나 인형극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한국싸람?’, ‘어디가요?’, ‘비발디도 좋아요’, ‘삼빽오십!’, ‘싸요’ 등의 어설픈 한국말로 우리를 깜짝 놀래 킨다. 체코에 한국 관광객이 많긴 하지만 유럽 어디에서 이렇게 한국말로 된 환대를 받아볼 수 있겠는가. 많은 공연 중 모차르트 오페라의 최고 걸작인 돈 죠바니를 추천한다. 심각한 대작일 것 같지만 인형극으로 각색해 매우 대중 오락적이다. 아담한 극장에 단원 몇 명이서 인형극을 진행하는데 공연 내내 폭소가 끊이지 않는다. 돈 많고 잘생긴 호색가 돈 환이 가리지 않고 여자를 유혹하다가 결국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인형극이라 언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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