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대한 해석이 지극히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은 익숙한 이야기다. 알 수 없는 마력에 빠져 틈만 나면 인도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나라가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흥분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도 마니아는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1년 내내 찜통 더위만 있을 줄 알았던 인도에 겨울이 있고, 한 여름엔 오히려 북인도와 히말라야를 여행하기에 좋다는 것, 헐리우드 만큼이나 영화 산업이 활발하고, 세계적인 갑부들이 몰려 산다는 것… 인도에 대해 몰랐던 것은 너무나 많다. 독이 되는 선입견 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초보부터 모험가까지 인도 마니아가 들려주는 인도의 이야기.
  1. ▲ 인도풍의 악세사리
  1. ▲ 복잡한 델리의 모습
  1. ▲ 화려한 화와마할
  1. ▲ 자이푸르
  1. ▲ 라닥으로 가는 길
  1. ▲ 라닥 전경
  1. ▲ 인도의 대표 이미지 타지마할
  1. 인도로 가는 길

  2. 어느 체인점인지 베트남 쌀국수 집 메뉴판에 초보자, 중급자, 모험자를 위한 음식을 구분해 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 음식과는 다른 맛이기에, 맛보기 수준에서 심지어 도전을 위한 모험의 음식으로 분류해 놓아 손님에게 안전한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다. 비위가 약하다 싶으면, 향내가 자신 없다 싶으면 초보자를 위한 것을 고르면 된다.
    모험과 새로움의 추구에 있어서 그 선입견만큼 큰 방해요소는 없다. 그 국수집처럼 초보자라면 초보자답게, 모험가라면 모험가답게 인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인도가 마냥 더럽고, 무질서한 혼돈의 세계라면 왜 그렇게 많은 여행자들이 인도를 향해 짐을 꾸리겠는가.
  1. 인도에 도전한다, 초보자를 위한 델리
  2. 델리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 인도의 중심지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선두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야무나 강의 서쪽, 갠지즈 강 유역의 델리는 우선 교통의 요충지로 도시로 성장할 조건을 잘 갖추었다. 덕분에 과거부터 현재의 수도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행정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런 이유로 인도 여행시 관문처럼 여겨진다.
    델리는 12세기 이슬람 세력이 들어와 제국을 세운 곳이다. 이 승전의 기념으로 세운 승전탑인 꾸룹미나르와 무굴제국의 2대 왕인 후마윤의 묘가 여행자들이 항상 찾는 곳이다. 후마윤의 묘는 그의 왕비가 지었는데, 인도하면 바로 떠오르는 타지마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인도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교 신자지만 이슬람 세력이 있었던 탓에 인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가 있고, 연꽃 모양의 바하이 사원, 웅장한 규모의 붉은 성과 인도 근대사의 아버지 간디의 화장터인 라즈가트가 델리 여행을 대표한다. 수도답게 거리는 번잡하고 행인이 많은 곳이 델리다. 델리 대학교처럼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서 쉬엄쉬엄 여행하면 인도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1. 사랑의 도시 아그라
  2. 여행자들이 아그라를 찾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타지마할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도를 찾는 이유가 타지마할일지도 모른다. 무굴제국의 5대왕 샤자한이 죽은 왕비 뭄타즈마할을 위해 지은 가장 아름답고 호화로운 무덤으로 연 인원 2만 명 이상 동원되어 22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인도의 상징이자 사랑의 상징인 타지마할은 이 같은 건축을 다시 짓지 못하도록 건축가의 눈을 멀게 하고 손발을 잘랐다는 이야기도 전해 올 정도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건축의 눈 부신 흰 색은 공해로 점점 오염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주변으로는 자동차 출입을 삼가고,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지마할을 만든 샤자한의 손길이 서린 곳이 한 곳 더 있는데, 바로 아그라 포트다. 어느 왕조나 친인척, 심지어 부모자식, 형제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싸움은 있어 왔는데, 무굴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들 다라사코와 아우랑제브가 왕권을 놓고 싸울 때 샤자한은 큰 아들인 다라사코를 지원했으나 승리의 여신은 아우랑제브에게로 갔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대가로 아우랑제브는 아버지를 아그라 포트에 8년 동안 유폐시켰다. 샤자한은 아그라 포트 내부의 ‘포로의 탑’이라는 뜻의 ‘무삼만 버즈’에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타지마할이 아스라히 보인다.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죽어간 샤자한, 많은 이들은 이 이야기 때문인지 이곳에서 보는 타지마할은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아그라는 근교의 파테부르 시크리, 꼬마 타지마할로 불리는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 악바르 대제의 무덤인 시칸드 등 많은 볼거리들로 전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금은 도로에 뒤엉킨 차들과 우마차들 그리고 시커먼 매연과 먼지들로 가득 찬 공업도시지만 한때는 이런 위대한 유산들을 낳고 번영했던 도시였다. 인도에 왔으니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여기까지 왔으면 초급은 지난 단계다.
  1. 진정한 인도를 만나다, 바라나시
  2. 바라나시만큼 더 인도를 잘 보여주는 곳은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이곳에서는 인도인과 그들의 삶 그리고 종교가 생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힌두이즘을 모두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아침에 나와 이곳에 몸을 담그며, 누굴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일까? 보기만해도 메스꺼워지는 갠지즈 강물을 마시고, 주문을 외우고, 이곳에서 빨래를 하며, 결국 주검이 되어 다시 이 물에 뿌려지기를 바란다. 이들에게 갠지즈는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어머니 그 이상이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주검의 화장으로 불길과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은 여행자들을 아연질색 하게 만들지만, 죽은 영혼의 부활을 바라는 힌두인들에게는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는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인도인들의 삶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 바글거리는 사람들 역시 인도의 한 모습. 바라나시야 말로 인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한 도시 만으로 인도를 보고 싶다면, 바로 바라나시다.
  1. 핑크시티, 자이푸르
  2. 자이푸르에 관심이 있다면, 인도 공부를 조금은 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에 있지만 인도답지 않은 곳 중의 하나가 자이푸르로, ‘핑크시티’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자이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로 이슬람의 지배 속에서도 힌두왕국을 지킨 곳이다.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이슬람의 압박을 피하고, 영국의 지배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과도 친밀한 외교를 보였다. 그래서 영국 왕세자인 에드워드 7세가 방문했을 당시 환영의 뜻으로 도시 전체를 분홍빛으로 물들였고, 이후 핑크시티로 불렸다. 지금은 이런 독특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건물에 다른 색을 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이푸르에 있는 건축물의 특징은 힌두이즘적이면서도 무굴제국의 이슬람을 가미한 독특한 양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인 외교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 관광지인 시티 팔레스는 자이싱 2세가 지은 궁전으로, 안에는 마하라자 만싱 2세 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역대 마하라자(위대한 왕)의 일상용품 및 무굴의 세밀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바람의 궁전이라는 뜻의 하와마할은 18세기 후반에 지어졌는데, 당시 외부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여성들이 바깥 세상을 구경했다고 전해진다. 자이푸르에서 또 하나 볼거리는 상업 도시답게 번성한 시장이다. 특히 귀금속 시장은 화려하고 정교한 액세서리로 여성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1. 하늘이 내린 천의 자연 북인도 히말라야, 라닥의 레
  2.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중 가장 높다는 해발 3,500m에 위치한 레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히말라야의 오지였다. 하지만 외국인 출입이 허용되고, 많은 방송사와 여행가들이 다녀간 이후, 하늘이 내린 천의 자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개되었다.
    레는 티벳과 인도 사이의 왕국으로 독립을 유지해왔지만, 인도 독립 이후 행정구역상 인도의 영토로 편입되고도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언어로 살아가고 있다. 이곳을 가는 가장 큰 목적은 가는 길에 펼쳐진 자연 환경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는 여행가가 무수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으로 보는 이를 순수한 자연에 파묻히게 한다.
    레에서 2~3시간 남짓 가다 보면 ‘알치’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고 거기서 2~3시간을 더 가면 ‘라마유루’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두 곳 모두 거주인도 별로 없는 산악지방의 시골인데, 라마유루는 전기가 하루에 4시간 정도 밖에 들어오지 않고, 그나마도 마을에서 자가발전으로 쓰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명의 손길과는 먼 오지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만큼 그 주변에 펼쳐진 산과 자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살만하다.
    북인도의 히말라야 지방은 9월 이후에는 길이 끊기고 엄청난 추위 때문에, 1년 중 방문할 수 있는 시기는 6월~8월 정도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때 몰리며, 한 여름 인도 전체가 다 죽을 듯한 더위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번은 꼭 방문해 볼 만한 곳이며, 현지 투어에 참여하면 다양한 히말라야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자, 이제 이 정도라면 진정한 모험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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