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묘한 설레임이 온다. 다른 도시 여행과는 다른, 그렇지만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그 무엇으로 인해 파리는 많은 사람들을 살짝 들뜨게 한다. 그래서 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파리의 연인을 찾느라 다들 분홍빛 미소를 머금고 있다. 고풍스런 골목을 정처 없이 거닐어보고 역사 책에서나 봤었던 현장에도 가고, 멋쟁이 파리지엔들도 구경하면서 그리고 햇볕 가득한 야외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겨도 본다. 파리에서 여행자는 에펠탑에서 루브르로, 세느강으로, 샹제리제 거리로 욕심을 부리며 바쁘지만 정작 도시 파리는 언제나 여유롭다. 며칠 파리에 묵으면 그 여유를 닮아 가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파리여행의 진수는 다녀 온 후에 있다. 문득 생각나는 파리의 이름 모를 골목, 아무데고 풀썩 앉아 버렸던 어느 건물 앞 광장, 파란 하늘에 구름을 걸고 있었던 에펠탑. 파리에 다녀와서 아련한 것이 어찌 여행지 뿐이겠는가.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세느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 거리를 걸으며 흥얼거렸던 노래, 그때 마신 와인 한 잔… 모두 다 소중했던 내 여행의 기억이자, 파리의 향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1. 노틀담에서 세느강을 타고 루브르로
  2. 노틀담의 성당이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노틀담의 꼽추 때문이리라. 얼짱 아가씨를 향한 얼꽝 꼽추의 사랑이던가. 언젠가 애니메이션으로 새로 만든 노틀담의 꼽추를 보면서 왜 다른 만화처럼 저 꼽추가 마법에 걸리지 않았는지, 마법이 풀리면서 멋진 남자로 변신하고 당연히 아가씨랑 결혼해야 동화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꼽추의 비극적인 사랑을 알기나 하는지, 왜 그 비극적인 사랑의 배경이 이 성당이었는지 잘 연결이 되지 않게 겉모습이 화려하다. 하나하나 조각한 사도상과 건물을 아우르는 장식들, 그리고 내부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노틀담 성당은 아름답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은 화려하고 반면 내부로 들어가면 가득한 관광객이 무색하게 숙연하다. 성당이란 이미지가 주는 기분도 있겠지만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과 여기저기 켜 있는 촛불, 약간 어두운 듯한 실내가 더욱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마음을 비우고 빈 자리에 앉으면 차분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든다.

    다시 밖으로 나오면 성당 안의 조명에 비해 파리의 햇살이 유난히 눈이 부시다. 아름다운 성당의 광장은 항상 사람으로 붐비고 옆으로 흐르는 세느강은 조용하기만 하다.
    작은 골목을 통해 나오니 강이 보인다. 이것이 파리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던 세느강이다. 초라한 감이 있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것이 오히려 거대했더라면 더 무서웠을 듯 하다. 강 곳곳에 놓인 다리들 중 맘에 드는 다리 하나를 골라 건너고 강을 따라 늘어선 카페와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을 구경한다. 작은 기념품을 만지작 거리고, 파리를 떠난 이들이 항상 그리워하는 세느강 그림을 구경한다. 에펠탑이 드리워진 세느강, 노을 무렵의 강, 유람선이 지나는 강…

    크고 작은 구경거리를 지나다 보니 다리 아픈 줄도 세느강을 타고 루브르에 도착해버렸다. 들낙 거리는 사람들이 많아 호기심 삼아 들어간 웅장한 건물이 바로 루브르였다. 물론 입구로 가려면 좀더 가야 하지만. 아무튼 건물 사이를 통과해 어느새 유리 피라미드 앞에 섰다.
  1. 루브르를 지나 샹제리제, 그리고 개선문
  2. 루브르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 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처럼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박물관의 내용물은 실로 장대하다. 이집트의 석관부터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과 조각, 이슬람의 문물에 멀리는 멕시코의 유물까지도 두루두루 갖추었으니 말이다. 모나리자를 비롯한 각 시대별 명화 또한 골고루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림이라곤 시험에 나온 몇 장 밖에 모르는 문외한은 박물관엘 가도 그리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이게 그거 같고, 그게 이거 같으니 미리 공부 좀 하고 올 것을... 후회 막심이다. 차라리 앞에 광장에서 산책 삼아 정원을 도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다리도 쉴 겸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니, 역시나 일본인 관광객이 젤로 많다. 쭉 뻗은 길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큰 도로와 광장이다. 이곳이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가 설치되었었다는 콩코드 광장이며 이집트에서 공수해 온 오벨리스크가 있다.

    한참을 자동차 소리를 잊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이것은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아니라 돌을 깔아 만든 길이라 나는 소리였다. ‘드륵드륵’하는 소리가 어쩐지 새롭다. 직선을 뻗은 길의 정점 저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누구나 한번쯤은 ‘오~ 샹제리제, 오 샹제리제~ ‘ 하는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렸을 거다. 그 샹제리제가 바로 여기, 콩코드 광장과 연결되어 있다. 널직한 길에 널직한 인도, 그 인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이 파리의 어떤 다른 곳보다 활기차고 화려하게 만든다. 이곳은 화려함, 호텔과 상점이 거리를 따라 줄을 섰고 이곳에서 파는 물건은 예쁘고 좋은 만큼 가격은 만만치 않다. 길을 따라 시원스레 늘어선 아름드리 가로수가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플라타너스 임에 살짝 놀라면서 역시 분위기에 따라 같은 것도 달라 보일 수 있음을 생각한다.

    샹제리제에서 사람들은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만난다. 샹제리제의 정점에 개선문이 우뚝 서 있고 그 반대 방향으론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가 있다. 두 과거의 상징물 사이의 화려한 거리가 샹제리제인 셈이다. 샹제리제는 밤에 봐야 더 아름답다. 조명이 그 분위기를 한껏 높여주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가로수에 불이 활짝 들어온 것을 보기라도 한다면 아마 황홀함에 빠질지도 모른다.
  1. ▲ 루브르 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
  1. ▲ 샹제리제에 우뚝 서있는 개선문
  1. ▲ 파리의 명물, 에펠탑
  1. ▲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려한 정문
  1. ▲ 미래도시, 라데팡스
  1. ▲ 꼽추의 사랑, 노틀담 성당
  1. ▲ 몽마르뜨 언덕의 거리 화가들
  1. ▲ 물랑루즈
  1. 샤이오 궁에서 에펠탑 보기
  2. 지금은 파리의 상징물인 에펠탑이 초창기엔 구박 꽤나 받았다 한다. 파리처럼 멋지고 아름다우며 고풍스런 곳에 이런 쇠로 만든 철탑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는 것이다. 해서 어느 유명인사는 파리시내에서 저 흉물스런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에펠탑의 바로 아래라며 그곳의 찻집을 애용했단다. 그렇다. 에펠탑은 파리시내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잘 보이고 사진 찍기 좋은 곳은 샤이오 궁의 정원의 테라스다.
    테라스에 기대고 서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뻗은 탑이 시원하다. 정원의 분수대가 만들어 내는 물줄기도 시원하고 에펠탑 사이로 보이는 정원도 시원하다. 어느새 몰려온 관광객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자리도 피할 겸 에펠탑으로 가지만 역시 에펠탑은 멀리서 봐야 더 멋있는 것 같다. 가까이 보니 너무 자세하게 잡티와 주근깨가 보여 실망하는 것처럼 오히려 멀리서 보는 것이 낫겠다 싶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파리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데 언제나 희망자들로 줄이 길다.
  1. 파리를 나와 베르사이유로
  2. 베르사이유로 가는 길은 기대가 크다. 마리앙트와네트가 아무리 욕을 먹고 죽임을 당할 만큼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사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화려함의 상징 베르사이유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웃거리며 이정표를 찾을 새도 없이 무리의 사람들을 따라가면 그곳이 바로 베르사이유다. 앞 서 가는 여행객들을 보니 갑자기 줄을 서야 할 걱정에 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이미 입구엔 줄이 꼬불꼬불 길기도 하다. 아침 일찍 나섰건만 그녀에 대한 호기심은 세상 모든 사람의 공통점인가보다. 그런데 이런 아이러니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게 하나씩 갖고 있는 듯 하다. 생전에는 국민의 혈세를 뽑아 탕진하고 호화 궁전을 지어 원성을 샀지만 죽은 뒤에는 이런 볼거리를 남겨 업적과는 별개로 그들과 관련된 유적지에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말이다. 역시 세인의 관심사는 지극히 세속적인 것인가 보다.

    궁으로 들어가는 줄이 조금이라도 줄기를 기다리며 정원으로 먼저 간다. 어마어마한 정원의 크기에 프랑스 땅이 넓음을 새삼 실감한다. 인공의 호수에서 조정경기 시합을 할 정도라면 그 크기가 이해가 될까? 그런데 그런 호수가 달랑 하나가 아니라면 또 짐작이나 할까? 그러니 백성들한테 쫓겨난 것일 지도. 아무튼 정원은 아름드리 나무로 채워져 있다. 곳곳의 분수와 조각상, 미로공원까지 즐거이 채워져 있다. 너무 넓어 걷기엔 무리, 자전거를 빌려서 탄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를 달리면 마치 어느 시골에 와 있는 듯 하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그늘과 싱그러운 냄새로 상쾌하다. 정해진 코스도 없이 이러저리 정원을 돌다 보니 별궁으로 만든 작은 궁을 하나 만났다. 분홍색이 감도는 대리석으로 꾸며진 아담한 궁이다. 애첩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시원한 여름날 저녁, 몸을 타고 흐르는 하늘하늘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정원에서 와인 파티 열기에 좋을 듯싶다.
    인내심으로 긴 줄을 참고 들어온 베르샤유 궁. 역시나 화려하다. 비싼 가구점에서 본 듯한 가구들과 장식, 그림으로 장식된 벽과 천정, 치렁치렁 매달린 장식의 샹들리에가 떨어질 듯 무거워 보인다. 방들은 각각 다르게 꾸며져 있다. 일직선 상에 놓인 구도는 비슷하지만 현재 관람을 위해 당시의 소품들을 최소화 한 듯 하다. 덜렁하니 작은 침대가 놓인 방은 사실 작다고 하지만 화려함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다고 한 것이지 무척이나 비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림으로 가득한 방은 당시의 화려했을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많은 방들을 지나면 거울의 방이 나온다. 벽과 천정의 주요 장식물이 거울이고 샹들리에도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무도회와 같은 모임이 열렸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방 중에 하나.
    궁전 내부를 한참 만에 돌아 나와도 밖에는 아직도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베르사이유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1. 미래도시를 만난다. 라데팡스
  2. 어디를 가나 묵직하고 고풍스런 건물이 시야에 가득 차던 파리 시내와 달리 이 라데팡스는 미래의 도시다. 네모 반듯한 건물, 유리로 채운 벽, 반듯한 보도, 규격에 맞게 깔린 길, 계획적인 도시의 모습이 사뭇 새롭다. 어디선가 불쑥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튀어나와 신분증 검사라도 할 것 같고, 미래를 구할 로보트라도 튀어 나올 듯하다.

    라데팡스 지구의 가장 윗 부분에 있는 신 개선문은 튼튼한 두 다리를 가졌다. 신 개선문은 마치 높은 곳에서 라데팡스와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통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 개선문을 올라갈 수 있는데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신 개선문에서는 멀리 샹제리제 거리가 보인다. 신개선문과 샹제리제의 개선문이 마주 보게 지어졌는데 날이 좋으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라데팡스 지구의 특이한 점은 이러한 현대적인 모습에 비해 자동차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데팡스라 불리는 곳 안에 자동차가 안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치의 자동차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도시인 이곳은 설계할 때 아예 자동차 모습은 물론이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도록 지하통로 혹은 우회도로를 이용해 자동차 모습을 사라지게 했다 한다. 그러니 더욱 미래 도시같다. 신 개선문 계단에 걸터 앉아,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샹제리제와 나폴레옹의 개선문을 바라본다.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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