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해도 찬 겨울을 벗어난 봄이 주는 따뜻함은 반갑기만 하다. 차가왔던 바람이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포근해지면, 저 멀리 남쪽에서 꽃 바람이 올라 온다. 지나가던 꽃 바람이 톡 건드려 주기만 해도 봄 꽃들은 어쩔 줄 모르고 흐드러지게 피어댄다. 눈이 부시다. 정작 겨울엔 인색했던 눈이 봄에 꽃이 되어 내린다.
  1. 사쿠라, 사뿐이 날아 올라 열도를 장식하다
  2. 아무리 봄이라고 외쳐도 꽃이 피지 않으면 봄이 아니다. 하나, 그래서 봄은 여인의 옷과 남쪽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으로 시작된다. 둘, 터트린 꽃 망울이 나무를 환하게 뒤덮고, 그 나무가 거리와 공원을 가득 채운 광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한 없이 들뜨게 한다. 봄의 꽃들은 유난히 화려하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에서 갑자기 환한 꽃이 피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또 대부분의 봄 꽃이 잎사귀 보다 꽃이 먼저 펴 나무를 뒤덮기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봄이 오니 일본이 우리보다 남쪽이라고 먼저 꽃 소식이 올라 왔다. 저 아래 오키나와에서 불어 온 봄 바람은 큐슈, 동경과 오사카가 있는 본토 혼슈를 지나 북해도까지 꽃을 몰고 간다. 하나씩 작은 송이를 터트리기 시작해 한 번에 확 피었다가, 봄비와 함께 스러져 가는 벚꽃, 사쿠라를 두고 일본인과 참 많이 닮았다 한다. 그래서인가 일본인들은 공원마다, 성마다, 거리마다 벚나무를 심었고, 이를 따라 차례로 불이 옮겨 붙듯이 북쪽으로 피어 올라가는 꽃의 행렬을 두고 이들은 개화 일을 표시하는 달력까지 만든다. ‘꽃(花)’, ‘보다(見)’ 이 두 단어를 합쳐 꽃구경의 뜻을 가진 ‘하나미(花見)’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벚꽃을 향한 애정은 짐작이 갈 것이다. 만발한 계절에는 밤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 야간 조명으로 더욱 멋을 낸다. 일 벌레만 같은 일본인들도 하나미 기간엔 밖으로 나와 자리를 펴고 술과 음식을 놓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밤을 지새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미가 시작되면 구경 나온 사람들 못지않게 술과 음식을 파는 상인들도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꽃을 보러 가 즐기고 오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네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을 본다.
    일본 벚꽃의 열기는 가히 전국적이어서 지역에 따라 날짜만 다를 뿐 하나미는 전국적인 축제다. 성을 갖고 있는 도시, 공원, 가로수 길 등 길게 뻗은 일본 열도는 봄이면 꽃으로 뒤 덮인다. 봄의 일본 여행은 그래서 꽃을 덤으로 얻는다.
  1. 벚꽃 즐기기 황금 루트, 오사카 – 교토 – 나라
  2. 오사카에서 벚꽃이 유명한 곳은 다른 성이 있는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오사카성 공원. 일본인들의 호들갑인지는 몰라도 오사카 성의 천수각과 벚꽃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남녀라고 할 정도다. 서쪽 정원을 중심으로 심어진 약 4,3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뿜어내는 기운은 대단해 사람들은 혹시라도 벚꽃이 질까 틈만 나면 몰려 온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오사카 성의 벚꽃이 가장 성한 때는 4월 초. 오사카 성 만큼 국제적으로 유명하진 않아도 500미터가 넘는 가로수가 벚꽃 길을 만드는 조폐국(造幣局)의 꽃도 꽤 알려져 있다.
    교토의 명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자자하다. 문화유산의 관광지로서, 건축 여행지로 그리고 일본의 역사 유적지로. 게다가 교토는 오랜 역사 속에서 나이테 두터운 나무와 울창한 숲을 함께 키웠다. 덕분에 봄의 벚꽃을 비롯해 가을의 단풍 역시 여행객이 교토를 찾는 이유가 된다. 사찰과 신사, 정원이 많은 교토는 어디서나 화려한 벚꽃 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교토는 지역적인 독특함으로 왁자지껄한 놀이보다는 사색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꽃이 만발한 때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경까지. 교토를 대표하는 절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경내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벚꽃이 어우러진 본당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이 제 맛이다. 높이가 주는 시원함, 어두운 빛의 일본식 절과 환한 꽃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절 자체보다 개울과 함께 난 철학자의 길로 유명한 은각사 길도 벚꽃이 아름답다. 잠시 여유로운 일정으로 꽃이 만들어 주는 포근함을 만끽하며 걷다 보면 꽃의 향에 취하고 그 모습에 눈은 길을 잃고 만다. 주변에 경관을 해치지 않으며 들어서 있는 작은 상점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헤이안 신궁에서 시작해 미술관과 공원들을 지나 난젠지(南禪寺)까지 오는 길과 전통의 거리 기온 역시 벚꽃이 따라 오는 운치 있는 길이다. 하긴 교토에서 어딘들 꽃과 나무가 없으랴.
야마가타현의 벚꽃
  1. 평야신사
  2. 일반 관광객이 지나치는 곳 중의 하나인 평야(平野)신사의 하나미는 교토가 번성하였던 헤이안 시대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몇 백년은 족히 되는 나무들은 그 종류도 다양해 에도 시대만 해도 100여 종을 자랑했으나 2차 대전 중 꽤 많은 손실을 봤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품종을 갖고 있으며 해마다 3월 말부터 4월 20일 경이면 절정을 이룬다. 밤 벚꽃 놀이로 유명한 곳이니 만큼 은은한 조명이 꽃을 비추는 밤에 찾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평야신사는 교토 북구에 위치하며 금각사와 기타노 하쿠바이쵸 역 사이에 위치한다.
  1. 도시가 품은 벚꽃이 주는 휴식, 도쿄
  2. 크고 작은 공원과 일본 천황의 상징적인 거주지인 황거를 중심으로 동경 시내와 주변에서 많은 벚꽃을 볼 수 있다. 동경 벚꽃 놀이의 대표적인 곳은 독특한 모양의 가지를 가진 벚나무가 있는 황거 주변과 크고 작은 도심의 공원, 신사들이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벚꽃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신사 내에 동경에서 벚꽃이 피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경내 3그루의 나무 중 2개에 꽃이 피면 그제서야 ‘동경에 벚꽃이 피었노라’ 하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게 된다. 1870년대에 심어진 나무들은 오랜 수령만큼이나 풍성하고 다양한 수종으로 벚꽃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맞는다. 요요기 공원은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600여 그루의 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휴일을 맞아 자리를 펴고 편하게 봄볕에 온 몸을 내 맡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신주쿠 국립 정원(御苑)에도 많은 벚꽃과 인파를 볼 수 있는데, 꽃이 화려하고 색이 진한 왕 벚꽃나무 500여 그루를 비롯해 1,500그루가 넘는 나무에서 꽃의 향연이 벌어진다. 우에노 공원은 이미 벚꽃 명소로 소문나 있다. 공원 답지 않게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이 꽃을 찾은 상춘객을 맞이하는데 주말이면 25만을 넘은 인파가 몰린다. 그래서 우에노에는 벚꽃이 반이요, 사람이 반이고, 나머지는 비둘기다. 일몰 후에는 벚꽃을 더욱 화려하게 해주는 조명이 추가된다.
  1. 꽃과 당당히 즐기는 노천 온천, 북해도
  2. 북해도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함께 아름다운 꽃들이 철철이 피어 나는 곳이다. 가장 북쪽에 자리한 탓에 제일 늦게 벚꽃 소식이 오지만 덕분에 꽃놀이 타이밍을 놓쳤다면 아쉬워 말고 날아가면 된다. 북해도에 꽃이 올라오는 시기는 4월 말 혹은 5월 상순이며, 더 북쪽으로 가면 중순까지도 꽃을 볼 수 있다.
    북해도의 벚꽃은 야경이 멋있는 하코다테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고료카쿠’라는 그 모양도 특이한 별 모양의 공원이다. 원래 에도 시절에 방어용으로 세운 일본 최초의 성곽을 공원으로 개조했고, 1,600그루의 벚나무가 있어 초록의 관목들과 함께 하나미 명소가 된다. 바람이라도 불면 꽃은 해자로 떨어져, 보트 놀이를 하는 로맨티스트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에서는 온천으로 들어가는 양쪽 가로수가 벚나무로 이루어져 꽃의 터널을 만든다. 때문에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은 북쪽의 기운을 뜨끈한 온천으로 데우며 꽃을 즐기는 것은 몸도 마음도 훈훈해 지는 일이리라. 이런 날은 목소리 웅웅거리며 울리는 타일 박힌 실내 온천탕 보다는 노천으로 과감히 나와 꽃과 온천을 실컷 즐겨 본다.
  1. 꽃 바람이 불어 오는 곳, 큐슈
  2. 오키나와를 제외하면 가장 남단인 큐슈는 큰 4개의 섬 중 제일 먼저 벚꽃이 시작된다. 벚꽃은 큐슈 섬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성이나 공원에서의 꽃놀이가 주류를 이룬다. 큐슈의 관문처럼 여겨지는 후쿠오카에서는 도시 내의 니시(西)공원, 오호리 공원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다자이후 신사도 벚꽃과 붉은 매화가 아름답다. 구마모토 성 주변은 구마모토 시 제 1의 꽃놀이 명소. 600여 그루의 벚나무들이 펼치는 꽃의 향연은 야간 개장으로 이어지고 조명을 받은 꽃들은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다.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전원지역에서는 수령이 몇 백년 되는 이를 테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여기는 나무들이 많다. 오랜 수령으로 인해 가지를 아래에서 떠 받혀야 하지만 아직도 화사한 꽃을 피운다.
  1. 벚꽃과 함께 백로처럼 날다, 히메지(姬路城) 성
  2. 일본의 크고 작은 많은 성 중에서 역사적인 가치와 건축적인 아름다움 등을 고려해 가장 훌륭한 성으로 꼽히는 곳이 히메지 성이다. 메이지 유신 와중에 파괴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성 중의 하나이며, 하얗게 칠한 회벽이 아름다워 시라사기성(白鷺城) 즉, 하얀 백로 성이라고도 불렀다. 매년 10만 명이 넘게 찾는 이곳의 벚꽃 관광객들은 성의 아름다움과 함께 꽃을 구경한다. 날아갈 듯 올라선 천수각에 어우러지는 히메지의 벚꽃은 4월 초순이면 1천 여 그루에서 흩날린다. 근처 광장에선 도시락을 준비해 와 쉬면서 꽃을 구경하는 가족과 연인들이 많다. 히메지 성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중의 하나로 등록되었으며 오사카에서 신간센으로 1시간 가량 걸리는 효고현 히메지에 위치해 있다.
  1. 이시가와 겐로쿠엔과 가나자와 성
  2. 이시가와 현 가나자와에 있는 겐로쿠엔(兼六園)은 정원의 크기와 규모, 아름다움으로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겐로쿠엔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집권 당시 그와 상당히 친분이 있었던 마에다(前田)가문에서 만든 것으로, 사실 가나자와를 비롯한 근방의 유적은 거의 마에다 가문의 손길이 있는 곳이다. 일본인은 무엇이든 작게 만들어버린다는 편견이 이곳 겐로쿠엔에서는 비참하게 깨진다. 짙푸른 수목과 아름드리 나무, 연못과 이리저리 이어지는 개울, 주변의 꽃들이 아름답다. 특히 이시가와 현의 지역적인 특성상 눈이 많이 내려 오래된 나무를 눈의 무게로부터 보호하려고 설치한 줄이 매우 독특한 볼거리가 된다. 때문에 겐로쿠엔은 사철 명소가 되는데 봄엔 벚꽃, 여름엔 창포와 짙푸른 수목,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이 그 주인공들이다. 봄의 겐로쿠엔은 화려하다. 높게 자란 벚나무와 나무가 비치는 연못, 일본인들이 거문고라 칭하는 다리와 연결되는 풍경은 그림 같다. 정원은 산책하기 좋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고 내부에는 일본 전통 스타일의 녹차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겐로쿠엔 앞으로 있는 가나자와 성은 재건된 것이기는 하나 주변의 벚꽃과 어우러진 하얀 성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낸다.

    • Easy go Japan!
    2005년 3월부터 비자 없이 일본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최대한 90일까지

출처 : 자격있는 여행전문가 -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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